엘론 머스크, 세계 최초 '조만장자' 눈앞

세상은 곧 첫 번째 조만장자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인포르마 커넥트(Informa Connect)라는 비즈니스 정보 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테크 억만장자인 엘론 머스크가 현재의 자산 축적 속도를 유지할 경우 3년 내에 세계 최초로 조만장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머스크의 재산은 약 1950억 달러(2930억 호주달러)로 추정되며, 그의 자산이 매년 110%씩 증가한다면 2027년에는 1조19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에 이어 두 번째 조만장자가 될 사람은 인도 광산 재벌 고탐 아다니(Gautam Adani)가 될 것이며,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Jensen Huang)과 인도네시아 광산 재벌 프라조고 팡게스투(Prajogo Pangestu)가 그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모두 2028년에 조만장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약 10억 명의 사람들이 이러한 테크 업계 거물들과 광산 재벌들이 13자리 숫자를 넘기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한 사람이 조만 달러의 재산을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전 세계 부의 상당 부분이 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는 것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논하기 전에, 먼저 1조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지 이해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백만이라는 숫자는 매우 크다. 백만은 천의 천 배이다. 백만 달러를 퇴직연금으로 모았다면 동료 은퇴자들 중 90% 이상보다 더 많이 저축한 셈이다.

10억은 백만의 천 배이다. 백만 초가 지나려면 12일이 걸리지만, 10억 초는 31년이 걸린다.

즉, 1조 초는 3만1000년이 되는 셈이다.

1조 달러를 은행에 예치하고 연간 4% 이자를 받는다면, 이자로만 매년 400억 달러를 받게 된다.

아무도 1조 달러가 필요하지 않으며, 그 돈을 불어나는 속도만큼 빨리 쓰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는 정부가 조만장자의 등장을 허용할 경우, 사회, 경제, 민주주의가 어떻게 기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의문을 제기한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궁전을 짓는 데 오늘날 기준으로 2000억~3000억 달러를 사용했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짓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었지만, 이 같은 지출은 신에 의해 선택된 존재로 간주된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일반인들에게는 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자원을 통제하는 것이 인센티브를 창출한다는 논리 하에 전체 인구가 혜택을 본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마치 농민들이 천국에서의 보상을 기다리며 살았던 것처럼, 현대 경제에서도 우리는 열심히 일하면 부와 번영이 언젠가 우리에게도 내려올 것이라고 듣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지난 20년 동안 호주에서 가장 부유한 200명의 자산이 406억 호주달러에서 6250억 호주달러로 증가했음에도, 호주 경제와 일반 호주인들의 임금이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

인센티브는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18세기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상상한 ‘자유 시장’에서, 새로운 농업 기술이나 실리콘 칩이 매우 뛰어나 모두가 원한다면 초기 보상을 받는 것이 공정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들도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자유가 생기고, 이는 내가 계속해서 막대한 보상을 받는 것을 막게 된다.

문제는 일부 시장은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재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독점적으로 천연자원을 판매하거나 특허로 보호된 기술을 판매하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는 부의 공정한 분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나쁜 소식이다.

그리스의 전 재무장관인 야니스 바루파키스(Yannis Varoufakis)는 최신 저서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기술 봉건주의라고 묘사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노동자, 소비자, 생산자들을 착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스미스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작동한다.

현대의 테크 대기업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여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넘기도록 만들고, 이 정보를 지식으로 변환해 광고주나 공급업체를 착취하며, 소비자가 플랫폼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작동한다.

차 공장이나 패스트푸드 체인이 성장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가 있는 반면, 테크 플랫폼은 광고를 판매해 무한정 돈을 벌 수 있다.

수익을 제한하는 것이 반자본주의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 친화적이다.

20세기 초 미국이 존 록펠러의 석유 독점을 해체했을 때, 석유 산업은 사라지지 않았고 번영했다. 소비자들과 록펠러와 거래하던 기업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사업을 이어갔고, 경제 전체도 더 나아졌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새로운 억만장자 계층, 나아가 조만장자 계층이 등장하면서 누리게 될 막대한 이익을 조세와 규제를 통해 재분배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권한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지만, 그 시간이 길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억만장자와 조만장자 계층이 자리잡을수록, 그들은 정치 시스템을 이용해 일반인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